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② '대명매운탕'의 아릿한 감칠맛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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따끈한 햇살과 기분 좋은 산들바람에 아름답게 익어가는 황금들판을 바라만 보아도 행복해지는 가을 날이다. 오늘은 헤이리 마을의 이웃, 유미옥 화백과 함께 가을 바람이 살찌운 임진강 옥돌참게의 제 맛을 찾아 임진강 어부가족이 운영하는 대명매운탕으로 향했다. 예부터 임진강 참게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다.
“가을 게는 임진강 참게, 봄 별미는 섬진강 참게”
“서리가 내릴 무렵 참게는 소 한 마리와도 바꾸지 않는다”
라고 그 옛날,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려졌다 한다.
임진강 참게는 9월부터 11월까지, 딱 이 맘 때가 제철이다. 지금 먹는 참게는 게딱지 속의 노란 알과 짭조름한 게장의 구수하고, 입에 착 달라붙는 아릿한 감칠맛 때문이겠다. 대명매운탕의 게장 백반은 특이하다. 사기대접에 계란 노른자만 넣어 참기름 몇 방울과 송송 썬 파를 얹어준다. 그러면 게딱지 속의 알과 장을 넣어 비벼 먹기도 하고 적당히 쪼개준 게 다리 한 조각씩 입에 넣고 쭉쭉 빨면서 발라먹는다. 이 조합은 고소하고 부드러워 어렸을 적 할머니가 배 아프면 떠 먹여 주셨던 한 입에 쏙 들어가는 흰 죽의 깨소금 넣은 그 맛이 아닐까?
어부님 경력은 40년, 12년 전만해도 사모님도 함께 배를 타셨는데 지금 사모님은 12년차 주방장이 되셔서 따님과 아드님과 함께 지금의 이 맛을 내고 있다.
쏘가리•메기 매운탕에는 참게가 들어가기 때문에 민물매운탕 같지 않은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나는 듯하다.
민물고기의 흙내와 생선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육수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단다. 봄 가을 육수에 들어가는 재료는 제철 생선이다. 봄에는 붕어, 여름에는 메기, 빠가, 가을에는 참게와 새우를 푹 고아 육수로 쓰니 시원한 맛이 난다 하였다. 또 얼큰하고 감칠 맛을 내기 위하여 다대기 만들기에 정성을 쏟았는데 고추, 밤, 대추, 양파, 파, 마늘 등을 함께 다져서 2~3개월 숙성시켜 맛을 낸다고 한다.
수족관의 수종은 항상 다양하다. ‘빠가사리, 메기, 붕어, 잉어, 쏘가리, 황복, 장어…’ 특히 어떨 땐 아이 손목만큼 굵고 길고 힘찬 임진강 자연산 장어가 나와 푹 다린 약장어로 팔리기도 한단다. 쌀과 야채 등은 이웃집들에서 농사 지은 배추, 고추, 쌀을 이용하여 마을 분들과의 상부상조의 마음도 넉넉하다.
40년 동안 사시사철을 같이한 어부님의 임진강에 대한 생각은 남다르다.
"여름 장마가 강 속 밑바닥까지 훑고 지나가면 또 다시 강은 새살 돋듯 젊어져 우람한 청년처럼 도도한 강이 되어 흐르는 것을 왜 잘 모르는지……".
5년 전부터 모래 채취가 부쩍 늘었다며 하천 정비사업이란 명목으로 순리를 거스르는 게 못내 걱정되고 서운하시다.
온전히 바람 햇살 땅의 고마움으로 이 밥상 받기까지 농부님 어부님 …여러분의 고마움을 전하는 저절로 나오는 소리 없는 말.
“잘 먹겠습니다.”
“잘 먹었습니다.”
오늘도 이 말을 뒤로 하고 ‘파주시 파평면 금파리 294-6번지, 대명매운탕’을 떠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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후기 > 어부님은 신문에 싣는 것을 극구 반대하셨다. "아는 분들이 와서 맛있게 먹고 가면 되지 그런거 필요없어" 라며 고집을 피우시다 따님이 설득해서 지면에 싣게 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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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그림 유미옥>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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